The.Family.Fang.2015.LiMiTED.1080p.BluRay.x264-VETO

네가 죽었다고 생각해 봐

 

몸에 마비가 오는 거야

 

손가락부터 움직여

 

그다음엔 손, 손목

 

팔꿈치까지

 

그럼 된 거야

 

다 끝났어

 

자기 죽음을 상상하되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뭐든 견뎌낼 수
있다는 뜻이지

 

그러니 겁먹지 마

 

그 순간을 즐겨

 

네가 흔들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어

 

주변 사람만 혼란스럽지

 

알겠니?

 

모자에 카메라가 있어요?

 

그럼, 있지

 

이거 봐

 

잘됐으면 좋겠어요

 

석 달을 준비했어
꼭 성공할 거야

 

난 평소대로
9시에 출근할 테니

 

20분 후에 시작해
그때쯤이면 손님이 꽤 있겠지

 

엄마, 가짜 피
또 맛보면 안 돼요?

 

그러다 옷에 묻으면 어떡해
밀봉돼 있어서 안 돼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왔니?

 

"허튼짓하지 말고
조용히 사탕을 넘겨라"

 

안녕히 가세요

 

사탕 다 내놔

 

총이다!

 

잡았다, 총을 뺏었다

 

- 됐어, 다 끝났어
- 어떡해...

 

엄마, 안 돼

 

- 엄마, 죽으면 안 돼
- 어떻게 된 거니?

 

엄마...

 

대체 왜...

 

사탕 때문에?

 

엄마는 사탕을 좋아하지

 

진짜 메이플 시럽 맛이야

 

어떡해, 정말 미안해

 

배고파서 그래요
아침을 걸렀잖아요

 

그래

 

잘했어, 아주 잘했어

 

잘했어

 

가자

 

백스터

 

내 탓이야, 내가 먼저 웃었어

 

정말 미안해, 차에서 기다릴게

 

- 먼저 가
- 고마워, 어떡해

 

뭐하는 짓들이야?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사탕을
비상 나팔이라 칩시다

 

인생은...

 

달콤하죠

 

그러니 맛볼 수 있을 때

 

맛보세요

 

"휴게소에서 사건 발생
출혈 흔적 발견"

 

"팽 가족 부모 잃고 충격"

 

"연쇄살인"

 

"사라진 예술가들
케일럽 팽과 카미유 팽 실종"

 

"편히 잠들다"

 

백스터!

 

백스터!

 

단서를 찾은 것 같아

 

"1개월 전"

 

진짜 너무하네

 

아빠가 늦게 와서
혼자 앉아 있었는데...

 

"혼자 술 마시는 애니 팽"

 

이게 뭐야

 

어떻게 이래?

 

이건 진짜...

 

곧 촬영 시작해요
가운을 입어야 할 것 같아요

 

가운을 입어요?

 

상반신 노출 장면을
찍을 거잖아요

 

트레일러에 가운을
갖다 놨을 거예요

 

상반신 노출?

 

무슨 소리예요?

 

대본에는 벗는 얘기 없던데요?

 

감독님이 아침에 집어넣었어요

 

리허설 땐
아무 말 없더니 뭐예요

 

5분 후에 시작합니다

 

여긴 아직 멀었군요

 

네, 시간 좀 걸리겠네요

 

젠장

 

무엇 때문에 그래?

 

옷 벗고 하라고요?

 

상반신만

 

남자가 현관문을 여는데
가슴을 드러내고 서 있어요?

 

극 중에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거잖아

 

가슴을 들이밀면서요?

 

왜 이래

 

당신이 그렇게
팍팍한 사람인지 몰랐네

 

나는 애니 팽이 과감하고
독립적인 여성인 줄 알았는데

 

- 실망시켜 미안하군요
- 아닌가?

 

어떤 역할이든 다 해냈잖아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어요

 

연기하기 겁나서
공연한 짓만 하는 거죠

 

- 이제 그 정도는 알아요
- 그렇다니 유감이군

 

내가 나이 들고 영리해져서요?

 

아주 속물적인 인간이
된 것 같아서

 

'레이디 라이트닝'이나
로코물 같은 것만 찍잖아

 

됐어요, 그만하죠
얘기 끝났네요

 

- 그만 가 보시죠
- 당신을 도와주려는 거야

 

난 안 해요

 

당신이 아직 제대로 된...

 

연기를 한다는 걸 보여 줘야지

 

고맙네요

 

- 전처럼 대담무쌍하게...
- 고마워요

 

그래도 안 해요

 

힘든 일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위대한 예술은
언제나 힘든 법이야!

 

제기랄!

 

맘대로 해!

 

겁먹지 마

 

그 순간을 즐겨

 

네가 흔들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어

 

주변 사람만 혼란스럽지

 

알겠니?

 

가운을 안 주던가요?

 

필요 없어요
내가 알아서 해요

 

어서 찍기나 합시다

 

좋았어

 

자, 갑시다!

 

"특종 레이디 라이트닝
또다시 강타!"

 

"애니 팽 상반신 노출한 채
촬영장 활보"

 

- 계산할게요
- 네

 

- 이거 얼마죠?
- 2달러요

 

5달러요

 

이건 잡지값이고

 

남은 1달러라도 낼게요

 

남은 거 그쪽이 다 먹어요

 

잡지만 가져갈게요

 

"휴게소"

 

- 해럴드, 웬일이야?
- 백스터, 잘 지내나?

 

소설은 아직이야
그거 물어본 거지?

 

하지만 날마다 쓰고 있어

 

그거야 마감 지난 지가
언젠데 그래

 

그렇지

 

그쪽도 참다못해 포기했겠지

 

약 올리려고 전화한 거면
성공했네

 

그럼 이만 끊지?

 

아니, 일거리 생길 것 같아

 

나한테?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남성지에 실을 기사야

 

감자 총이 뭔지 아나?

 

여기다 헤어스프레이를 뿌려요
하나 반 정도 세면서요

 

- 헤어스프레이?
- 네

 

이제 입구를 막고

 

뚜껑을 꽉 닫아요

 

이렇게 닫고 나면 무기가 되죠

 

- 생각보다 잘 나가요
- 조준, 발사!

 

케니!

 

케니!

 

케니!

 

좋았어

 

프렌치프라이 냄새 같지 않아?

 

좀 그래요

 

여기 꽤 자주 오는군요?

 

밤마다 오죠
볼 만한 방송 없으면요

 

맞아

 

- 그렇겠군요
- 자, 기자 양반

 

우린 이 녀석을
에어포스원이라 부르죠

 

섹스보다 낫다고는 못 해도
기분이 아주 째지죠

 

저거 봐

 

소질이 있는데요, 멋져요

 

- 감 잡았어요
- 그래요?

 

엄청 멀리 나가네요
한 발 더 쏠게요

 

줘 봐요

 

한 번 더 쏠래요

 

겁먹지 마

 

그 순간을 즐겨

 

네가 흔들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어

 

주변 사람만 혼란스럽지

 

알겠니?

 

됐어요

 

쏘세요

 

한 번 더!

 

한 번 더!

 

- 안 돼요
- 뭐? 돌았군

 

- 운만 믿고 덤비지 마요
- 더 해요

 

- 내가 할게
- 어서 해요

 

- 정신 차려요
- 어떻게 된 거죠?

 

병원으로 가는 중이에요
계속 아무 말이나 해 봐요

 

- 할 수 있겠어요?
- 내가 당신 머리를 쐈어요

 

네, 무슨 말을 할까요?

 

아무 얘기나 해 봐요
뭘 쓰고 있는지 말해 봐요

 

새 책을 쓰다가 막혀서
애를 좀 먹고 있어요

 

- 우리가 해결해 줄게요
- 제목이 뭔데요?

 

'칠드런스 피트'라 하죠

 

무슨 얘기예요?

 

어느 남매 이야기예요

 

둘이 보육원에서 도망치다가
땅굴 대장한테 잡혀요

 

그게 누구죠?

 

지하에 투기장을 만들어
싸움을 시키죠

 

애들이 탈출하나요?

 

아직 거기까진 모르겠어요

 

- 눈 좀 붙일게요
- 안 돼요, 안 돼

 

귀가 어떻게 된 거죠?
정말 아파요

 

고막이 터졌어요

 

몇 주 지나면 괜찮아요

 

당분간 비행은 안 되지만요

 

- 비행기 타지 말라고요?
- 네, 그렇죠

 

가족들이 오면 좀 괜찮겠죠

 

누가 온다고요?
올 사람 없어요

 

환자분 지갑을 봤는데요
원래 그렇게 해요

 

담당 의사가
부모님께 연락했죠

 

부모님이 데리러 오고 있어요

 

안 돼요

 

안 돼요, 저기요

 

간호사?

 

케일럽 팽과 카미유 팽은

 

즉흥 이벤트를
벌이기로 유명합니다

 

작품에 자식들도 출연시키죠

 

아찔한 일을 벌일 때가 많아
눈길을 끕니다

 

초기작 중에 스케이트장에서
케일럽 팽이 젖먹이 딸을 안고

 

인파를 헤치며
지나다니는 영상이 있어요

 

가방에 동여맨
사제 조명탄 다발이

 

갑자기 불꽃을 뿜어 댔죠

 

카미유는 스케이트장 위에서
그걸 찍었어요

 

온 가족이 그야말로 수류탄처럼
어딘가에 뛰어들어서

 

소란이 일어나길 기대하죠

 

미스 백스터 팽!
올해의 우승자입니다

 

일부러 소란을
일으키는 것 말고는

 

별 기대가 없는 듯해요

 

건들지 마요, 비켜요

 

이런 이벤트는
전통에 별로 구애받지 않죠

 

그 정도로
초보적이라 할 수 있어요

 

예술의 기본 개념을
변형한 거나 마찬가지죠

 

팽 가족이 하는 건
속임수에 불과해요

 

그렇게...

 

그건 아니죠

 

팽의 작품이 좋든 싫든
그 예술성은 부인할 수가 없죠

 

제가 하는 일이 그런 건데
뭘 그래요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허접한 장난을 해 대잖아요

 

그렇다면 '디거스'나
상황주의자나

 

다다이스트도 크게 다르지 않죠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들의 진가를 알게 됩니다

 

딱히 들여다볼 것도 없어요

 

해프닝에 지나지 않아요

 

'미인대회'란 작품을 통해
정형화된 성 역할을 반대하죠

 

'레스토랑'에선
음식을 자양분이 아닌

 

신분이나 스타일로 보라고 하죠

 

- 그건 아니죠
- 초기작들에선...

 

그런 평을 한다고 해서
예술이 되진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 바로 그 모호함이 흥미롭죠
- 미적 요소가 있어야 해요

 

예술인가, 농담인가?
진지한가, 장난인가?

 

천재인가, 사기꾼인가?

 

그들이 우리에게
제기하는 질문이 이런 거죠

 

- 답하기 어렵지 않아요
- 예술의 본질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죠

 

그렇지 않아요

 

예술의 경이로움을 다 아우르며
동시에 그걸 전복시켜요

 

아주 진지한
오락부장이라고나 할까요

 

- 예술을 기념하면서...
- 광대죠, 광대

 

미안해요

 

뭐라고 했죠?

 

저는 그들의 작업이
훌륭하다고 봅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너무 뻔하군요

 

사실 영화를 찍다 보면
별꼴을 다 보잖아요

 

늘 어느 정도의 꼴불견은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옷을 벗었나요?

 

상의를 벗은 이유는요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어요

 

노출 장면을
찍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니 뭐 어때요?

 

저한테 아주 중요한 기사라고

 

샐리가 말하던가요?

 

안 했어요, 잘 압니다

 

제가 지금 좀...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네요

 

경력 면에서도 그렇고
뭐랄까...

 

확고하진 않죠

 

그런 걱정 안 해도 돼요

 

고마워요, 그래도 걱정되죠
무지 걱정돼요

 

안심해도 돼요
당신의 파국에 대해선 안 써요

 

실은 당신 가족한테
더 관심이 있죠

 

- 괜찮아요
- 미안해요

 

- 죄송합니다
- 다시 갖다 드리죠

 

고맙습니다

 

그걸 기사로 쓸 건 아니겠죠?

 

어떻게 안 써요

 

젠장

 

누가 부모님 얘기 하면
늘 그렇게 흠칫해요?

 

그리 자주 듣는 편은 아니죠

 

그래요? 유명한 분들이잖아요

 

그렇게 유명하진 않죠
일부 사람들만 알겠죠

 

난 그분들 작품으로
논문을 썼어요

 

설마요

 

대단하시네요

 

그래서 기사로 쓰고 싶었어요

 

부모님과 또 작업하게 될까요?

 

아뇨

 

그럴 리가요

 

고마워요

 

그래도 재밌지 않았어요?

 

말해 봐요

 

- 아이 A역할을 하면서요
- 그렇지만 이제 애가 아니죠

 

아무튼 독자들이
궁금해할 사항은 아니죠

 

괴짜 행위 예술 얘기를
누가 읽고 싶겠어요

 

당신은 훌륭한 배우이자
아티스트이기도 하잖아요

 

아이 A때 이미 뭔가를
맛본 게 아닐까요?

 

어떤 감정과 환희와 혼란을요

 

부모님처럼 뭔가를 끌어낼 줄
아는 감독이 없다니 아쉽네요

 

아홉 살 때...

 

아이 A역할을 했어요

 

그런 역할을 한 거지

 

그게 저는 아니죠

 

백스터, 어떻게 지내?

 

말도 마

 

어딘데?

 

뉴욕 북부에 있어

 

그렇다면 알 만하네
거기서 뭐 해?

 

머리에 총 맞았어

 

뭐라고?

 

머리에 총을 맞았는데 괜찮아

 

아니...

 

괜찮지는 않아, 입원 중인데
죽을 정도는 아니고

 

머리에 총을 맞아?

 

그래

 

누가 네 머리를 쏴?

 

그냥 어떤 남자가
감자를 쏜 거야

 

- 백스터
- 내가 전화 건 이유는...

 

너 뭐야
약 먹은 거 아니야?

 

진통제를 맞긴 했지

 

정신 멀쩡할 때 다시 전화해

 

- 아니, 끊지 마
- 끊어

 

- 의사들이...
- 백스터!

 

병원에서도 귀찮게 하고
부모님이 집으로 데려갈 거래

 

뭐?

 

엄마 아빠 오고 있으니까
와서 나 좀 데려가

 

이제 일어난 사람이
그렇게 먼 데를 어떻게 가

 

집에 다시는 못 가
나 혼자서 어떻게 가

 

알았어

 

내가 도와주긴 할 텐데

 

그 전에 처리할 일이 좀 있어
지금 진짜 이상한 데 있거든

 

이상한 곳에 있다고?
난 감자 맞아서 죽을 뻔했어

 

진정하고 비행기 티켓 보낼게

 

- 여기 와 있어
- 나 비행기 못 타

 

그럼 집에 못 가겠다고 해
그냥 당당히 말하면 되지

 

내가 언제 그런 적 있어?

 

대답 못 하지?
내가 그런 적이 없거든

 

됐어, 끊어

 

내가 기껏 '에스콰이어' 기자
연결해 줬더니 뭐야?

 

작정을 하고 덤벼들어?

 

작정한 건 아니었고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애니, 그게 문제야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알아요

 

몇 년 전 같으면 이런 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야

 

신인의 음주운전이나 절도쯤이야
애교로 봐주거든

 

이제 그런 거 안 해요
다 끊었어요

 

응, 한동안 잠잠했었지
얌전하게 잘 지냈어

 

그런데 또 구설수에
오르고 있잖아

 

일이 별로 안 들어와서겠지만
그렇다고 초조해하면 안 돼

 

다시 예전처럼 할 수 있어요
난 할 수 있어요

 

내가 볼 때는 힘들어

 

흥분하면 주체를 못 하잖아

 

애니

 

또 술 마셔?

 

안 마셔요

 

치료할 만한 곳을 알아

 

안 마셔요
촬영에 들어가면 돼요

 

속편은 언제 들어가요?
아직 연락 없어요?

 

그건 고든이랑 얘기해야지

 

왜요?

 

왜라니, 에이전트 아니야?
고든한테 듣는 게 낫겠어

 

- 뭘 들어요?
- 몰라

 

뭔데요?

 

'레이디 라이트닝'을
앨리슨 케인한테 하자고 했대

 

그렇군요

 

실망이네요

 

이제 그딴 의상
안 입어도 되니 잘됐지, 뭐

 

난 그 의상이 좋아요

 

더 나은 거로 해 줄게

 

휴식기다 생각하고

 

좀 쉬어

 

쉬면서 제대로 재충전을 해 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나쁜 세상, 용서 못 해

 

부모들 다 죽여
그래야 네가 살아

 

부모들 다 죽여
그래야 네가 살아

 

죽여, 다 죽여
다 죽여, 죽어

 

고맙습니다

 

'킬 올 페어런츠'라는
자작곡입니다

 

어떤 기부든 환영합니다

 

우리 개 코르넬리우스를
도와주세요

 

시작할까?
하나, 둘, 셋

 

뼈를 먹지 마

 

뼈를 먹지 마, 그럼 병들어

 

- 뼈를 먹지 마...
- 더럽게 못하네

 

애들이 공연하는데 왜 그래요?

 

애들 노래하게 조용히 해요

 

너무 못하잖아요
진짜 들을 수가 없네

 

- 미안하지만 별로야
- 얘들아, 계속해

 

저 사람 말이 맞아, 하지 마
형편없어

 

- 뭘 좀 아시네
- 제대로 배워서 하든가

 

기타만 친다고
되는 게 아니야

 

- 그냥 계속해
- 레슨받을 돈 없어요

 

내 말이 기분 나쁘니?
난 자살하고 싶을 정도야

 

- 그 정도로 별로였어
- 왜 저래

 

그거 듣고 있다간
네 개도 죽겠다

 

그럼 다큐멘터리 찍기엔 딱이지

 

얘들아, 어서 계속해
저 사람들 말 무시해

 

병원 가서 귀 검사해 봐요
이 애들이 좋아요?

 

댁들은 자식도 없어요?

 

댁 자궁이나 잘 간수하셔!

 

- 카메라 내놔
- 누구 맘대로

 

- 안 내놔?
- 가져가 보시지

 

어서 내놔

 

잘했어!
구경났네, 구경났어

 

잘됐다

 

정말 못하더라

 

- 형편없어!
- 형편없어!

 

- 그렇게 못하는 건 처음 봐
- 찍은 것도 다 없어졌어

 

뭐 없으면 어때, 상관없어

 

우리가 좋으면 됐지

 

아주 잘했어
이렇게 뿌듯한 적이 없어

 

부모들 다 죽여
그래야 네가 살아

 

- 죽여, 다 죽여
- 죽여, 다 죽여

 

- 죽어!
- 죽어!

 

- 늦어서 미안
- 늦었네

 

뭐가 이리 복잡한지
가방을 벌써 찾았네

 

- 와 줘서 고마워
- 서로 돌봐 줘야지 않겠어?

 

- 누나도 보살핌이 필요해?
- 응

 

- 그렇군
- 귀는 괜찮아?

 

어제보다는 나아

 

- 두 분 좀 봐
- 어머!

 

- 어서 와
- 어머나

 

- 붕대는 뭐예요?
- 왜 이렇게 말랐어

 

동생 귀 봤니?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했지

 

- 휠체어 없어도 되죠?
- 아주 예쁘구나

 

너 주려고 목 보호대 가져왔어
이거 봐

 

- 한번 해 봐, 새것이야
- 안 차요

 

A, 넌 뭐 할래?

 

아빠

 

미안, 애니, 어쩔 생각이야?

 

글쎄요, 백스터 때문에 왔죠

 

우리 다 그렇지

 

- 백스터야 어쩌든...
- 여긴 안식처 같은 곳이야

 

잘됐군요

 

뭐 사러 갈 때만 데려다줘요
무리한 요구는 사절이에요

 

- 약 많이 먹지 마라
- 귀가 너무 아파서요

 

너는 어떠냐?

 

여기 와서 못 견디게
하고 싶은 일 없어?

 

네, 그냥 편하게 쉬려고요

 

요가도 하고

 

- 반성도 좀 하고
- 무슨 반성?

 

반드시 고쳐야 할
나쁜 버릇이 있어서요

 

뭘 고쳐, 나는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그렇긴 한데
문제가 될 때가 있어요

 

그 얘기라면

 

- 우리도 네 가슴 사진 봤어
- 어쩌나

 

- 근사하던데?
- 못 살아

 

환장하겠네

 

볼거리로서의
여자 연예인에 대해

 

다뤄 볼 때도 됐잖아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에요

 

네가 몰라서 그렇지
그런 거야

 

예술을 멀리하려고 해도

 

예술가 기질을 없앨 순 없어

 

뭐...

 

- 전 지금도 예술가예요
- 내 말이 그 말이야

 

네, 배우도 예술가죠

 

그렇다니까
가슴 사진 좋다고 했잖니

 

나도 아주 맘에 들어
가슴이 참 예쁘더구나

 

됐어요
가슴 얘기 좀 그만해요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죠

 

팽 가족을 위해!

 

온 가족이 다시 모였구나

 

이렇게 모여야지

 

그러게

 

이 순간을 기다렸다

 

건배

 

가슴을 위해

 

가슴

 

- 가슴
- 아빠

 

- 가슴
- 그만해요

 

내가 미쳤지

 

어릴 때가 좋았지

 

아주 단순했잖아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지

 

언제부터 이렇게
복잡해진 거야?

 

몰라?

 

몰라

 

스머더 해수욕장, 카미유!

 

스머더 해수욕장!

 

백스터

 

저기선 네 절박함이 안 먹혔어

 

누나의 임기응변 덕에
네 엄마가 죽다 살아났지

 

백스터가 아주 잘했죠

 

끝내줬어요

 

뭘 쓴 거예요?

 

상관 마

 

팝콘 만들어 줄게

 

고마워

 

위층에 뭔 일 있어요?

 

곧 있을 텐데 걱정 마
나중에 하면 돼

 

영화 본다고 얘기 안 했잖아

 

재미 삼아 다른 거 써 봐요

 

응, 훨씬 낫네

 

우리 왜 이러고 있어?

 

건강한 사람들처럼 행동해야지

 

그게 연기야

 

알잖아

 

너도 모르게 다른 사람인 척
그 역할을 하는 거지

 

어떤 사람?

 

일을 망치지 않는 사람

 

그래야 넌 약을 안 먹고
난 술을 안 마시지

 

그럴 수 있을까?

 

할 수 있지

 

어젯밤에 다 같이 모여 앉아

 

옛날에 찍은 거 보니 좋던데?

 

- 왜?
- 모르는구나

 

뭘 몰라?

 

자기 부모한테 낚인 거 보니
난 좀 그렇더라

 

너 어이없다

 

돌아가자

 

엄마가 뭐 좀 해 달래

 

- 내가 어이없어?
- 뭐? 응

 

진짜 몰라?
눈치를 못 챘단 말이야?

 

- 응
- 가자

 

뭘 해 달래?

 

난 가서
요가 좀 하고 싶은데

 

어서 오르막을 달려야지
건강한 사람인 척하자며?

 

가자

 

그래, 오르막을 달리겠어
달려!

 

지금 우리 어디 가요?

 

놀이공원

 

거기서 뭘 같이 해요?

 

거기 왜 가는데요?

 

덴버 MCA에서
새 작품을 찍어 달래

 

몇 년간 연락도 없더니

 

그런데 너희 둘이
집에 온 김에...

 

그쪽에서도 아주 좋아하더라

 

- 무슨 작품...
- 애니, 이거 입어

 

내가 뭐랬어

 

- 입어 봐
- 이게 뭐야?

 

티셔츠야, 네가 그걸
안 입으면 일이 안 돼

 

일단 그 가짜 쿠폰을
나눠 줘야지

 

치킨 샌드위치 쿠폰

 

이 쿠폰으로 샌드위치를 주문해
백스터는 그 장면을 찍고

 

거기서 샌드위치를 안 주면
떼로 몰려가 항의를 해야지

 

- 멋진 작품이 될 거야
-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

 

- 좋은 생각이 아니죠
- 네

 

- 아니긴 뭐가 아니야
- 별로예요, 엄마

 

옛날처럼 재밌을 거야
아주 멋질 거다

 

사람들이 누나를
알아보면 어떡해요

 

변장할 거 가져왔어

 

- 변장하라고요?
- 괜찮은 거 있어

 

- 그거 냄새나요
- 난 못 해요

 

- 백스터
- 네

 

- 넌 빠져
- 그러죠

 

신문에라도 나면 큰일 나요

 

- 그러니까요
- 뭐 어때?

 

그 바닥에 왜 발을 들여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요

 

그 일을 20년을 했는데
한 게 뭐야?

 

쓰레기 같은 영화랑
생리대 광고밖에 더해?

 

- 좋게 말해
- 미치겠네

 

- 탐폰 캠페인 아니었나?
- 그렇지

 

좋은 건 다 빼 가면서
아닌 건 다 우리 탓이지

 

- 뭘 또 그래요
- 결론은 그거군

 

사느라 바빠서 그렇죠

 

다시 아티스트가 될
기회를 주는 거잖아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지
A와 B는 여전히 아티스트야

 

그렇게 좀 부르지 마요

 

아티스트라 부르지 말라는 거네

 

케일럽!

 

미안하지만 네 오락 영화나
백스터 소설은 예술이 아니야

 

- 쓰레기지
- 왜 저러셔?

 

아빠

 

아빠가 잊으신 모양인데요

 

엄마 아빠가 찍어 댄 작품들
평을 본 적이 있어요

 

하지 마

 

- 알고는 있어야지
- 그만해

 

알죠?

 

그 물풍선 건에 대해
말해 볼까요?

 

해 봐

 

아내 폭행 영상은 또 어떻고요

 

- 끔찍해요
- 간질병 건도 그렇고...

 

말도 마
골동품점에 간질 환자라니...

 

- 그만해
- 정말 별로였어요

 

너희 없으니까 예전 같지 않아
우리도 알아

 

- 그건 아니죠
- 그래, 아니야

 

- 그래서 이걸 하려는 거야
- 됐어, 집어치워!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너희 없어도 돼
우리 둘이 하면 돼

 

쭉 그렇게 해 왔어
잘해 주려고 해도 저래

 

전처럼 같이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맘대로 해

 

백스터
네가 촬영이라도 해 줄래?

 

- 제가 찍어 줘요?
- 그럼 좋지

 

억지로라도 해

 

- 어쩔 수 없이 하겠죠
- 아니야

 

- 아니야
- 네가 해

 

언제는 맘대로 하라면서요?

 

아니야

 

진짜 고역이네

 

지켜보는 것도 힘들어

 

아니, 내 영화를 그렇게까지
싫어하는지 몰랐어

 

우리가 필요하단 사실이 싫겠지
우리 없인 작품이 엉망이니까

 

그게 싫은 거야

 

- 잠깐 실례 좀 할게요
- 괜찮아요

 

- 사인해 드려요?
- 백스터

 

나 수전이야, 수전 크로스비

 

아, 메시지 받았어

 

잘 지냈어?
우리 고교 동창이지

 

응, 기억 못 해도 괜찮아

 

이렇게 보니까 기억나네
그때는 머리가...

 

그걸 기억하네

 

피어싱도 많이 했었어, 맞지?

 

응, 아직도 몇 개 하고 있어

 

그러네

 

이상하게 보이면 어떡하나

 

여기 왔다가
우연히 보게 돼서...

 

- 인사나 할까 했지
- 괜찮아

 

글쓰기 강의를 나더러...
메시지 들었지?

 

- 우리 누나 애니야
- 안녕하세요

 

- 강요하는 건 아니고...
- 알아

 

학생들이 들으면
좋아할 것 같아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고
소설가로서 명성도 있고

 

그건 잘 모르겠네

 

- 왜 그래
- 몰라

 

- 한다고 해
- 글쎄

 

- 한다고 해
- 생각해 볼게

 

- 내가 좀...
- 부담 갖지 마

 

난 아무래도 좋아
연락처는 알 테고...

 

- 응, 연락할게
- 그래, 그럼

 

- 반가웠어
- 응

 

- 반갑다
- 고마워

 

- 갈게
- 나도 반가웠어

 

귀엽네

 

이제 찍어야겠다
한 명 걸려들었어

 

저 직원만 불쌍하게 됐네
보수도 제대로 못 받을 텐데

 

뭐야, 샌드위치를 주네?

 

왜 저래?
샌드위치를 주잖아

 

- 진짜라고 생각하나?
- 맞아, 진짜라고 생각해

 

이번엔 어쩌나 보자

 

- 뭐지?
- 제대로 보지도 않아

 

뭐야

 

대체 왜 저래?

 

요즘 이렇게
믿을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작품을 찍어

 

한 장 줘 봐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무료 샌드위치 하나 주세요

 

네, 여기 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쿠폰을 내야 하지 않나요?

 

주세요

 

여기요

 

저쪽에서

 

수상한 사람이
이 쿠폰을 주던데요

 

믿을 만한 쿠폰이
아닌 것 같아요

 

- 아뇨, 괜찮아요
- 가짜 쿠폰 같아요

 

아닌데요

 

진짜 쿠폰이 맞는지
제대로 보고나 말해요

 

샌드위치 안 드실 건가요?

 

매니저 좀 불러 줘요

 

그러죠

 

찰리, 잠깐만 와 주세요

 

안녕하세요, 왜 그러시죠?

 

오늘 매니저 안 나왔나요?

 

제가 매니저예요, 말씀하시죠

 

이 쿠폰은 가짜예요

 

아니에요, 쿠폰 맞아요

 

제대로 봤어요?

 

네, 정식 쿠폰입니다

 

내가 보기엔
정식 쿠폰이 아니에요

 

이건 가짜예요

 

위조 쿠폰을 내는데
샌드위치를 그냥 다 주더군요

 

바보도 아니고
어떻게 그래요

 

손님, 무료 샌드위치 받으시고
좀 비켜 주시겠어요?

 

이런 샌드위치를
나더러 먹으라는 거요?

 

알겠습니다
경찰을 불러야겠군요

 

그 정도 책임감도 없어요?

 

본인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
그것도 못 하나?

 

맡은 일 정도는 해 줘야지

 

요즘 사람들 왜 그래?
나머지는 내가 다 하잖아

 

찍은 거 감상만 하면 되는데
그 정도도 못 해?

 

찍지 마!

 

누가 날 찍어
내가 당신들을 찍는 거야

 

무슨 동영상 같은 게 아니라
작품을 만들고 있잖아

 

- 그냥 갑시다
- 내가 이럴 거라고 했잖아

 

되긴 뭐가 돼
일만 더 망치지

 

너희가 이랬어

 

야!

 

- 너희 때문이야
- 어서 가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야

 

예술적 감이 떨어졌다고?

 

-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 응

 

항상...

 

뭘 찍을까 궁리만 하느라
이상해졌어

 

터무니없는 것만 찍잖아

 

설마 '치킨 퀸'에서
난리라도 날 줄 알았나?

 

글쎄

 

도와줄 걸 그랬나

 

- 우리가?
- 응

 

그런 말 하지도 마

 

안간힘을 쓰고 있잖아
우리 다 그렇지

 

똑같다고 볼 순 없지

 

도와준다고 될 일도 아니야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어

 

그랬으면 좋겠어?

 

얘들아!

 

아빠랑 둘이 버크셔에
며칠 다녀오기로 했어

 

버크셔 좋죠

 

- 언제요?
- 오늘 밤

 

'치킨 퀸' 사건 때문이에요?

 

완전 실패작이야

 

위대한 예술은
언제나 힘든 법이죠

 

뭐라고 했냐?

 

아빠가 늘 그랬잖아요
'위대한 예술은 힘든 법이다'

 

부탁하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떠들지 마

 

네, 그러죠

 

희한한 걸 발견했어

 

희한하네

 

내 옷장 위에 수백 장은 있어

 

이게 다 뭐지?

 

글쎄

 

팬이 보낸 건가?

 

지퍼백에 자기 이빨 담아서
보낸 여자도 있었잖아

 

이건 보통 솜씨가 아닌데
대충 그린 게 아니야

 

뭐 해?

 

엄마

 

그거 보지 마

 

- 엄마
- 안 돼

 

그걸 보면 어떡해
보면 안 된다니까

 

- 왜 그래요?
- 어떡해

 

미치겠네

 

이 그림들은 어디서 났어요?

 

내 그림이야

 

- 엄마 거라고요?
- 엄마가 그렸어요?

 

응, 내가 그렸어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내가 미대에 어떻게 갔겠니?

 

아빠 만나고 그만뒀어

 

아빠는 이걸 몰라요?

 

모르지

 

내가 다시 그림을
그린 줄 알면

 

배신감을 느낄 거야

 

문을 왜 잠가?

 

얘기 좀 하느라

 

무슨 얘기?

 

우리 감정에 대해...

 

차에서 기다릴게

 

그림 하나씩 줄게

 

자, 이거 받아

 

혹시 아빠보다
내가 먼저 죽으면

 

나머지 그림들은 다 없애 줘

 

이거 다시 집어넣자

 

실력이 대단해요

 

고맙다, 그림이 그렇지 뭐

 

정말 훌륭해요

 

그래, 고맙다

 

냉장고 꽉 채워 놨으니까

 

뭐든 꺼내 먹어

 

알았지?

 

고마워요, 잘 다녀와요

 

- 그래
- 작별 인사 해야죠

 

아빠, 운전 조심해요

 

- 응
- 동생 잘 돌봐 줘라

 

- 며칠인데 뭘 그래요
- 그래

 

- 저 괜찮아요
- 아빠, 잘 다녀와요

 

우리 방에 들어가지 마

 

그럴게요

 

엄마가 왜 울지?

 

헤어질 때 항상 그래

 

어제 진짜 어색하긴 했는데

 

장애를 극복한 느낌이야

 

- 그래?
- 응

 

에스콰이어 그 자식이 한 말을
생각해 봤는데

 

내가 일을 망칠 때마다
딱 아이 A가 하던 식인 거야

 

생각할수록 열 받는데
그 사람 말이 맞아

 

딱 들어맞는다?

 

응, 아주 딱 들어맞아

 

어제는 그렇게 안 했잖아

 

아이 A가 부모한테
당당히 맞섰어

 

그거야 아이 B 덕분이지
안 그래?

 

응, 서로 돕는 거야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났어

 

기자한테 당한 보람이 있군

 

우린 나아지고 있어

 

이제 난 술을 안 마시고

 

- 넌 약을 안 먹잖아
- 어쩌나

 

- 백스터
- 귀가 아파서

 

하여튼 그래
그래도 효과는 있잖아

 

우리가 이제 애가 아니란 걸
엄마 아빠도 알아야지

 

그래야 멀쩡한 가족처럼
살 거 아니야

 

제대로 된 일도 하고

 

함께 여행도 다니고
멀쩡하게 살아야지

 

캠핑카 타고

 

그랜드캐니언 가자

 

뭔가 불길한데?

 

이 정도 말도 못 해?

 

너무 그러지 마라

 

안녕하세요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보안관서에 같이 좀 가시죠

 

부모님의 차량이 22번 국도
휴게소에서 발견됐어요

 

매사추세츠 인접 지역에서요
차에 사람은 없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다량의 피와
저항의 흔적이 있더군요

 

감시 카메라를 살펴보고
인근 주민들에게 물어봤지만

 

현재로선 확실한 단서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모님이 실종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타살로 추정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부모님은
실종된 게 아니에요

 

두 분이 전위예술가라
이게 다 퍼포먼스예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아는데요

 

타고 가던 차에서
실종된 건 맞습니다

 

차가 피로 범벅이 돼 있고요

 

이건 말도 안 돼요

 

지난 9개월간
22번 국도 주변 휴게소에서

 

납치 사건이 네 건 있었고요

 

결국 다 살해됐어요

 

잠깐만요

 

진짜요?

 

이건 그런 일 아니에요

 

아니길 바랍니다

 

아니길 바랍니다만
범죄 현장 사진을 보면요

 

다른 사건과 유사점이 많습니다

 

그것 좀 볼 수 있을까요?

 

9개월간 네 건이라고 했죠?

 

그럼 이번이 다섯 번째겠네요

 

미치겠다, 어디 좀 봐

 

- 가짜야, 가짜 피야
- 나도 좀 보자

 

부모님이 퍼포먼스 때
많이 쓰는 거예요

 

감식 결과가 나오면
알게 되겠죠

 

사망했다고 보시나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죠

 

두 분이 지금 어디 숨어서
킬킬대고 웃고 있다가

 

공식적으로 죽었다고 하면
짠하고 나타날 거예요

 

사체 없는 사망 사건은
판결 나는 데 7년 걸리는데

 

그때까지 기다릴까요?

 

대학생도 당했어

 

휴게소 연쇄살인
마지막 피해자야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겠지

 

주도면밀하게 짜 맞춘 거야

 

왜 그런 줄 알아?

 

'치킨 퀸' 건 동참 안 해서
우리한테 벌주는 거야

 

현지 주민은
체인점 쓰레기통에서 발견됐어

 

안식처 좋아하네
여긴 죽음의 무대야

 

술 마시지 마

 

그래, 마시면 안 되지
내가 왜 이러지

 

또 말려들고 있어

 

이게 다 아빠 짓이야
전부 다

 

엄마는 내키지 않았어

 

그래서 엄마가 울면서 간 거야

 

안 그럼 왜 그림을
찾게 놔뒀겠어?

 

아니지
엄마는 그림을 숨겼잖아

 

아빠한테 숨긴 거지
우리한테 숨긴 게 아니야

 

그림은 내 옷장에 있었어

 

자기 나름의 예술가란 걸
우리가 알아주길 원해

 

그렇잖아, 엄마도 우리처럼
아빠랑 작업하기 싫은 거야

 

우리처럼 억지로 동참하고 있어

 

다 마지못해 이러고들 있다고

 

만약 아빠가
그런 게 아니라면?

 

이게 진짜면 어떡해

 

신중히 생각하자

 

- 너 진짜...
- 진짜일 수도 있잖아

 

바로 그걸 노리는 거야

 

아빠가 노리는 게 그거라니까

 

자기들이 죽은 줄 알라는 거지

 

유치할 정도로 수준이 낮지만
이걸 노리고 있어

 

아이 A, B가 질질 짜면서
이러길 바라지

 

그럼 다행이지

 

그 인간이...

 

왜?

 

뭐 그런 인간이 있어?

 

이게 작품이라면
우리를 찍고 있겠지

 

어딘가 카메라가 있어

 

우리를 찍고 있을 거야

 

아빠!

 

엄마!

 

그럴 줄 알았어
어서 나오라고! 아빠!

 

어디 숨어 있는 거 다 알아

 

가만히 기회만 엿보고 있겠지

 

이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우리 둘이 머리를 맞대고
두 사람을 찾는 거야

 

찾을 때까지 포기 안 해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

 

두 사람은 친구도 없었어
우리가 유일한 친족이야

 

누군가 그들을 돕고 있어

 

뭐 하는 거야? 그건 뭐야?

 

코르크 게시판이야

 

수사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지

 

여기다 온갖 자료를
다 꽂을 거야

 

전화번호부랑 이메일을
샅샅이 뒤져 봤는데

 

딱히 나온 게 없어

 

이런 건 보안관들한테
맡겨야 하지 않을까?

 

보안관들이 찾는 건 범인이지
부모님이 아니야

 

그럼 우리가 찾아서
둘이 살아 있으면

 

그때는 어떡할 거야?
벌이라도 줄 건가?

 

이건 처벌의 문제가 아니야
정직의 문제지

 

이렇게 말해야지
'이제 다 끝났어요'

 

'그런 짓 그만해요
안 죽은 거 다 알아요'

 

'우린 슬퍼하지 않아요'

 

'더 이상 이런 짓 안 해요'

 

'우린 제대로 살 거예요
멀쩡한 가족처럼 살자고요'

 

'제대로 살아 봐요'

 

캠핑카 타고 여행도 가고?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아니

 

우리를 위해서야
우리 모두를 위해서

 

알잖아

 

그래

 

배고파?

 

아니, 여기 집중해야지

 

이것도 좀 보고...

 

집중해야지

 

제가 이걸 어떻게 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죠

 

'쇼는 계속돼야 한다'
그런 말 몰라?

 

이렇게 공연 첫날 주연배우가
사고가 날 경우에 그렇지

 

저는 무대를 감독해야죠

 

- 백스터, 코비가 입원했어
- 누나...

 

쇄골이 부러졌대
졸업 전 내 마지막 공연이야

 

키스 장면 있잖아

 

난 배우야
너한테 키스하지 않아

 

- 나한테 할 거잖아
- 로미오한테 하는 거지

 

동생이 로미오 역이잖아

 

코비 리드 소식 들었어요
객석이 꽉 찼는데 어떡해요

 

괜찮아요
백스터가 대신하면 돼요

 

델라노 선생
극이 어떤 내용인지 알잖소

 

백스터가 대사를 외워요
다른 대안이 없어요

 

얘가 하면 근친상간이 되겠죠

 

어쩌겠어, 네가 하긴 하는데

 

키스는 안 하는 거로

 

'로미오와 줄리엣'이에요

 

얘기 끝난 거다

 

잘할 거야

 

의상 갈아입고 와

 

기도를 들어주긴 하지요

 

그럼 움직이지 마오
내 기도에 응답을 받으리다

 

그대의 입술이 내 입술에서
죄를 씻어 내도다

 

그렇다면 내 입술로
죄가 옮겨 왔군요?

 

내 입술에서 옮겨 간 죄...
다시 내 죄를 돌려주오

 

키스를 제대로 하는군요

 

너 때문에 사람들이 웃잖아
네가 망쳤어

 

신부님, 안녕하세요

 

로미오가 그대에게 감사할 거요
내 몫까지

 

안 돼!

 

그러면 안 돼

 

브라보!

 

브라보!

 

- 셰익스피어 작품 중 최고야
- 정말 고맙다

 

정말 잘했어

 

- 아주 좋았어
- 잠깐만요

 

- 델라노 선생님!
- 집에 가야지

 

어서 타

 

공연 괜찮았죠?

 

나 방금 해고됐다

 

네?

 

그래도 보람은 있었어

 

오늘 밤 연극의 정수를
보여 줬잖아

 

선생님 잘못이 아니잖아요

 

난 이미 각오하고 있었어

 

이 일을 준비하면서
너희 부모님께 얘기했지

 

최고의 예술은 언제나
관습을 뒤흔들기 마련이야

 

그 결과라 봐야지

 

이 일을 준비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부모님이 말 안 해 줘?

 

다 그분들 아이디어야

 

난 동참하게 돼서
영광이라 생각해

 

믿지 않겠지만 말이야

 

내가 대학에서 공부할 때
실험 극단에 참여했는데

 

두 분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전위예술가야

 

나야 두 분을 도왔지

 

그럼 코비 리드는요?
사고가 날 줄 어떻게 알았죠?

 

두 분이 알아서 처리했지

 

진짜 어떻게 한 건 아니고

 

5백 달러를 주면서
연극에서 빠지라고 했어

 

사고는 운이 나빠서 그런 거야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예술을 위해서지

 

예술을 위해...

 

우리는 짐승이나 다름없어요
그러니 사람들을 일깨우고

 

정신 차리게 해서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해야죠

 

- 작업으로 그런 일을 해요
- 맞아요

 

기존의 생각을 뒤흔들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부분은 우리 몫이 아니라
관객들 몫이라 할 수 있죠

 

- 네
- 인간 관찰

 

우리 작업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죠

 

우린 그들을 일깨우고
새롭게 살게 해요

 

소생시키죠

 

우리 삶의 반영이 아니고요?

 

아니죠, 그건 아니잖아요

 

단순히 일상의 반영이라면
누가 보려고 하겠어요

 

우리 작품이 갤러리에
전시될 때나 보겠죠

 

'영상 속 사람들 반응 좀 봐
아주 인간적이고 훌륭해'

 

하지만 그건 예술이 아니죠
그때는 이미 끝난 거잖아요

 

네, 우린 지원금 받을 때나
전시를 하지...

 

예술은 실제 상황에 있어요

 

어떤 일이 벌어질 때
현장 사람들이 반응할 때요

 

예술가의 해석으로
박제된 작품이 아니라요

 

그건 그냥 삶 아닌가요?

 

바로 그거죠

 

삶의 반영이 아니라
삶 그 자체요

 

예술 속에 삶이 있고
삶 속에 예술이 있죠

 

그로 인해 둘 다 풍요로워져요

 

다른 예술도 그게 가능할까요?

 

안 되죠, 그림요?

 

사진? 그런 건
죽은 거나 마찬가지죠

 

예술은 박제된 상태가 아니라
살아 움직일 때 생겨나요

 

- 어머!
- 이게 예술이죠

 

미쳤어

 

이게

 

예술은 아니죠

 

알겠어요?

 

건배

 

- 안 그래?
- 그렇지

 

- 깜짝 놀랐어?
- 언제나 날 놀라게 하잖아

 

아무튼 내 생각은 그래요

 

- 백스터
- 응?

 

로미오와 줄리엣 사건

 

그때 이후로
천진난만한 시절이 끝났어

 

그래서 떠난 거 아니야?

 

아니, 난 대학에 가느라
떠난다고 생각했지

 

어딜 가려고 그렇게 차려입어?

 

역할에 맞게 보이고 싶어서

 

무슨 역할?

 

학생들 앞에서 바짝 긴장해서
바들바들 떨지 않는 사람

 

- 거기 가려고?
- 응, 그럼 안 돼?

 

좀 그렇긴 하지
부모가 실종됐는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좀 그렇잖아

 

머리 좀 식히고 싶어서

 

백스터...

 

그럼 나도 갈래
네 강연을 듣고 싶어

 

강연이라고 할 것도 없어
질문에 답을 하는 정도지

 

그래도 갈래

 

그래

 

대신 불쑥 끼어들면 안 돼
그들은 내 얘길 듣고 싶어 해

 

입 다물고 있을게

 

좋아, 나 어때?

 

귀에 그게 좀 거슬리네

 

치료상 필요한데 어떡해

 

내가 보기엔 좀...

 

다친 것 같지

 

거슬려

 

네 말에 집중이 안 돼

 

이거랑 이거랑 안 어울려

 

- 귀 붕대만 풀면 돼
- 너무 갑갑해

 

백스터 팽 작가를 소개합니다

 

'하우스 오브 스완스'로

 

다들 탐내는
골든퀼상 후보에 올랐죠

 

두 번째 소설
'언더그라운드'는요

 

두 번째 소설답게
더 복잡하고 논란이 된 책이죠

 

괜찮네요

 

그럼 작가님의
창작 과정에 대해 들어 보죠

 

시작합시다

 

그냥...

 

질문만 받는 거 아닌가?

 

여러분에게 해 줄 말은...

 

어떻게 작업하는지
얘기를 해 보자면요

 

저는...

 

컴퓨터로 작업합니다

 

전부 다 컴퓨터로 쓰죠

 

그리고

 

그리고...

 

껌을 씹어요
상당히 도움이 되더군요

 

더 전반적인 얘기를
해 주면 어떨까요?

 

글을 쓰는 동기는
무엇인지 그런 거요

 

좀 더 개괄적으로
글쓰기 전반에 관한 얘기를요

 

네, 그러죠

 

어디 보자...

 

끔찍한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여러분은 그런 적이 있나요?

 

그런 생각을 주체할 수 없어서
결국엔 글을 쓰게 됩니다

 

어릴 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죠

 

부모님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지금도 그렇고
어떻게 할 수가 없죠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글로 써 보세요

 

저는 그랬거든요

 

누나랑 저는 친척이 없어서

 

소설에서는
보육원으로 가게 되죠

 

그런데 보육원 원장이
애들을 학대해요

 

애들한테 아주 가혹하죠

 

누나랑 저는 몇 달간

 

온갖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할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둠을 틈타
소각로 배관을 통해 빠져나가죠

 

배관을 다 타고 내려와서

 

비트밭 쪽으로 죽어라 뛰죠

 

비트밭으로 설정했어요

 

아무튼 그 밭을
가로질러 달려요

 

어깨너머로
보이는 데가 다 좋죠

 

탈출에 성공해 건너편에 닿자
거기 평화로운 숲이 있어요

 

우리는 그 숲으로 들어가요

 

이제 고생은 끝난 줄 알았는데
누가 머리에 자루를 씌우죠

 

땅굴 같은 지하로 끌려가는데

 

거기 납치된 애들이
많이 있어요

 

거기서 다음 챕터로 넘어가
또 다른 고난이 시작되죠

 

아직 그 부분은 안 썼지만요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해 본 사람 있나요?

 

- 네
- 그래요?

 

끊임없이 하죠

 

한번 글로 써 봐요

 

도움이 돼요, 저는 그랬죠

 

어떤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면

 

이상한 생각이라도 글로 써요
글로는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나름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죠

 

저한테 글쓰기는 그래요

 

새 메시지가 다섯 건 있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

 

안녕하세요
앤 아모타입니다...

 

두 번째 메시지

 

올버니 WMAC입니다
인터뷰 일정을 잡았으면 해서요

 

세 번째 메시지

 

에디 산체스예요

 

네 번째 메시지

 

안녕하세요, 헤일 보안관입니다

 

혈액 감식 결과가 나와서
연락드렸어요

 

안타깝게도 현장에 있던 혈흔이
아버님의 DNA와 일치합니다

 

누구도 바라던 바는 아니지만

 

심각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네요

 

전에 말씀드린 대로
수사를 더 해 봐야겠습니다

 

그럼 연락 기다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별 의미 없어

 

아빠는 자기 피를
뽑고도 남을 사람이야

 

알잖아

 

잘 자

 

"호바트"

 

백스터!

 

단서를 찾은 것 같아

 

네가 틀렸어

 

두 사람한테 친구가 없다고?
호바트를 잊고 있었어

 

그게 누구야?

 

호바트 왁스먼, 부모님의 멘토

 

딴 사람은 몰라도 그에게는
잠적에 대해 말했을 거야

 

내가 뭘 하는 중이라
내일 얘기하면 안 될까?

 

뭘 하는데?

 

소설을 쓰는 중이야
아주 기발한 착상이 떠올라서

 

좋겠다

 

- 아주 좋지
- 그럼 호바트는 어떡할까?

 

벌써 죽거나
죽을 때가 다 됐겠지

 

그럼 빨리 찾아야지

 

누나

 

- 난 말이야...
- 안 돼, 나한테 이러지 마

 

나 혼자 하라고 하지 마
서로 돕기로 약속했잖아

 

호바트 수업을 처음 듣던 해에

 

크리스 버든의 작품을
보러 갔는데요

 

호바트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크리스 버든은 엉터리야
완전 사기꾼이지

 

우리가 버든의 갤러리에 있는데
본인이 오늘 총을 맞을 거래요

 

아니나 다를까
그의 조수가 총을 뽑더니

 

버든의 팔을 쐈어요

 

신선한 충격이었죠

 

감동한 나머지
수업 중에 그렇게 말해 버렸죠

 

그러자 호바트가

 

날 몰아붙이더군요

 

헛소리 마!

 

예술은 통제된 상황에서
나오지 않아

 

그건 예술이 아니지

 

그건 뭐랄까, 박제술이야

 

갤러리 같은 데서
총을 쏘라고 시키면

 

누가 알아줘

 

위험하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아

 

다들 모르는 상태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야지

 

그런 게 예술이야

 

호바트가 아주 실망했어요

 

어떻게든 만회를 해야 했죠

 

네, 데이트하던 중에 나한테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느냐고 묻더군요

 

우리 둘이 5층 교실에 숨어서

 

호바트가 지나가기만 기다렸어요

 

거기서 학교 뜰이 내려다보였죠

 

어머!

 

어떡해!

 

케일럽이 석궁으로 날 쐈죠

 

내가 석궁으로 그를 쐈어요

 

케일럽은 주로 소총을 쓰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죠

 

호바트는 예상하고 있었어요
언제 그럴지 몰랐을 뿐이죠

 

호주머니에서 쪽지가 나왔는데

 

친구한테 당한다고
쓰여 있더군요

 

피 흘리고 비명 지르고
사이렌 울리고

 

난리가 났어요

 

그 와중에도 나는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호바트는 사람들한테
내 이름을 대지 않았어요

 

- 좋은 사람이지
- 네, 괜찮죠

 

호바트! 뚱뚱보 아저씨

 

안에 누가 있을 것 같진 않군

 

인제 어쩌지?

 

더 잘됐어

 

문 따고 들어가서 뒤져 보자

 

뭘 어쩌자고?

 

일단 흩어져

 

- 무단 침입 하자고?
- 서둘러

 

- 응
- 누나!

 

빨리!

 

- 꼼짝 마
- 잠깐요!

 

- 안 그럼 네 남자친구 쏜다
- 총이 있어

 

진정하세요, 호바트
우리 아시잖아요

 

애니예요, 애니 팽

 

세상에!

 

얘가 백스터야?

 

네, 백스터 팽이에요

 

뭐 이런 일이 다 있어

 

이제 총 좀 치워 주세요

 

이건 총이 아니야

 

내 손가락이지

 

빵!

 

감쪽같네요

 

애니, 네가 뜬 이후론
못 봤구나

 

그래도 네 영화는 다 봤어

 

백스터, 너도

 

소설 좋더라

 

고맙습니다

 

두 번째 소설은 좀...

 

- 별로죠
- 첫 소설은 아주 좋았어

 

고맙습니다
네, 두 번째 소설은...

 

저한테도 도전이나 다름없었죠

 

세 번째 소설은 괜찮을 겁니다

 

부모님 소식은 들었다
끔찍한 사건이지

 

진짜 죽었을까?

 

- 그럴 가능성이 크죠
- 절대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이 두 분을
돕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기 온 거냐?

 

선생님이라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라 믿으니까요

 

두 분은 선생님을 좋아해요

 

절대 그렇지 않아

 

몇 년 전에 사이가 틀어졌어

 

- 그래요?
- 진짜요?

 

- 정말이에요?
- 그래

 

어쩌다가요?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야

 

충고 하나 해 줄까?

 

그럼요

 

더 이상 찾지 마라

 

가족과 예술이 얽혀 있으면

 

좋지 않아

 

이제 거기서 벗어난 것 같군

 

이걸 모욕이라 여기지 말고

 

이제부턴 선물이라 생각해 봐

 

그래

 

선물이지

 

이러면
안 되는 줄 아는데...

 

이게 뭐죠?

 

네가 떠나자 어쩔 줄 모르더군

 

작업을 제대로 못 했지

 

그래서 몇 년 전 내가 나서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자고 했어

 

온 가족이 만든 작품들을
기념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둘이 뭘 새로 찍으면
추가할까 해서 그랬지

 

다큐멘터리?

 

응, 그런데...

 

괜한 짓이었어

 

두 사람은 어디서도
그걸 틀지 않았어

 

그런데 우리 사이가
틀어진 얘길 물으니...

 

"2012년 뉴욕, 스파킬"

 

케일럽!

 

본인이 하는 일들이 자식들한테

 

악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한 적 없나요?

 

아뇨, 애들은 놀라울 정도로
잘 극복하죠

 

제프리란 사촌이 있었는데
두 살 때 우물에 빠졌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일도 하고 결혼해서

 

얼마나 잘 사는데요

 

어쩌다 애들을 작품에
출연시키게 됐나요?

 

애니가 아기 때...
솔직히 그 애가 태어나고

 

난 비참했어요

 

우리의 삶은 끝났구나 싶었죠

 

예술가로선 그렇지

 

애들이 예술을 죽인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거든요

 

애들이 그렇긴 하죠

 

일단 애가 생기면

 

창작에 대한 열의가
어느 정도 식긴 하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고 믿죠

 

엄청 낙담하고 있다가

 

크리스마스 무렵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애를 데리고
산타를 보러 갔어요

 

멋질 것 같아서 가자고 했죠

 

카메라를 들고 쇼핑몰에 가서
산타 무릎에 A를 앉혔죠

 

그러자 애가
자지러지게 우는 거예요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어요

 

주술 같은 거로
악마를 불러내듯

 

애 입에서 악령의 무리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았죠

 

산타는 애를 달래느라
쩔쩔맸어요

 

요정들은 휴게실로 뛰어가고
부모들은...

 

애들 붙잡으러 다니고
아주 난리가 났죠

 

그 순간
계시를 받은 것 같았어요

 

애들이 꼭 예술을
죽이는 건 아니구나

 

애들이 곧 예술이
될 수도 있구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애들을 갖고 싶다

 

- 뭐야, 그런 말 하지 마
- 진짜야

 

- 이 부분은 빼 줘요
- 왜?

 

마지막 부분은 다 편집해 줘요

 

- 좋은데 왜?
- 애들 얘기 한 부분요

 

- 좋잖아
- 호바트, 안 돼요

 

왜 그러지?

 

- 그 부분 넣을 거면...
- 그럼 이게 무슨 소용이야

 

그럼 난 진짜 안 해요

 

- 어디 가는 거야?
- 더는 할 말 없어요

 

그거 뺀다고 해야 하지

 

- 할 거면 사실을 말해야지
- 아뇨, 그 얘기는 안 해요

 

백스터

 

어떻게 찾을지 알겠어

 

지금 몇 시야, 가서 자

 

일어나 봐
엄마의 그림을 전시하는 거야

 

카미유 팽의 숨겨진 유작이라고
홍보하면서

 

그럼 아빠가 나타날 거야

 

아주 길길이 뛰면서 비난하겠지

 

내 생각 어때? 어때?

 

왜 이래
취한 것 같은데 그만해

 

- 나 안 취했어
- 술 냄새 나

 

한 잔 마시긴 했지만
취하진 않았어

 

불 좀 끄고 가서 자라고

 

- 좋은 생각이야, 들어 봐
- 망할 다큐멘터리 그만 봐

 

- 갤러리 하는 친구가 있어
- 시답잖은 소리 그만해

 

난 이제 다 그만할래

 

- 도와주는 것도 못 하겠고
- 뭘 그만해?

 

멀리 찾으러 다니지도
자료 조사도 안 할 거야

 

그나마 동생이니까
누나 생각해서 이러고 있지

 

이렇게 해서라도 엄마 아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본데

 

실은 누나가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 뭘 회피해?
- 진실을 회피하는 것 같아

 

그렇잖아

 

두 분이 죽지 않았다 해도

 

죽었다고 믿어 주길 바라잖아
자식들한테까지 말이야

 

우리가 찾는다 해도
뭐가 달라지겠어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두 분은 바뀌지 않아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왜 몰라

 

설마 두 분이 별안간
바뀔 거란 착각을 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해?

 

두 분이 하던 일도 그만두고
딴사람처럼 살 것 같아?

 

별안간 평범한 부모가 돼서

 

누나 고민도 해결해 주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우리가 두 분을 바꿀 순 없어
우리 자신만 바꿀 뿐이지

 

그럴 수 있을까?

 

 

우린 할 수 있어

 

일단 한 걸음 내디뎌야지

 

두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넌 내내 그렇게 생각했어

 

모르지

 

죽었다면 끔찍한 일이지

 

하지만 죽지 않았다면

 

여러모로 더 안 좋지

 

어느 쪽이든 그래

 

그냥 사라진 것 같아

 

"중고 세일"

 

왔어?

 

맘에 드는 거 없어?

 

몇 가지 찜해 놨어

 

그래?

 

이 음악은 뭐야?

 

글쎄, 부모님이
소장하던 거라...

 

맘에 들면 싸게 줄게

 

그럼 이건 어때?
대신 이걸로 할까?

 

그건 너 가져

 

"어린이 미인 대회 우승"

 

- 진짜?
- 응

 

누나가 뭐라고 안 해?

 

그건 내 거니까 괜찮아

 

- 그럼 더 좋지
- 너한테 줄게

 

나 어때?

 

근사해, 한번 해 봐
잘 어울리겠네

 

뭐야, 이렇게 넣어?

 

잠깐만

 

부모들 다 죽여

 

죽여, 다 죽여

 

다 죽여
우리의 세상을 내놔...

 

누나?

 

부모들 다 죽여
그래야 우리가 살아

 

부모들 죽여, 다 죽여...

 

저 소리 들려?

 

죽여, 다 죽여
다 죽여, 죽어

 

아는 곡 같지 않아?

 

그러게

 

아는 노래야

 

'벤지풀 버진스'?

 

뭐야?

 

4번 곡

 

KAP '킬 올 페어런츠'

 

- 왜 그래?
- 어디 좀 봐

 

'킬 올 페어런츠'는
우리 곡이야

 

어릴 때 누나랑
이 곡을 불렀어

 

누나가 만든 곡이지

 

센트럴 파크에서 불렀었지?
카메라 부서져서 영상도 없잖아

 

이 곡은 우리 가족만
알고 있는데?

 

'벤지풀 버진스는 최근
라이트 노이즈와 계약한'

 

'북서부 지역의
인디 레이블이다'

 

'루커스, 라이너스 형제는
14세 독학 뮤지션으로'

 

'종말론에 빠져 있으나
아직 매사추세츠에 살고 있다'

 

쟤들한테 당하면 어쩌나
겁나 죽겠어

 

사람을 찾는 건데
우리를 해치기야 하겠어

 

그럼 가 볼까?

 

넌 전화번호부, 작곡 노트
일기장 같은 걸 찾아봐

 

알았어

 

- 뭐라고 할지 기억하지?
- 알고는 있어

 

- 망치고 싶어?
- 아니, 망치고 싶지 않아

 

안녕, 네가 라이너스니?

 

루커스예요

 

루커스구나

 

확률이 반반이지

 

우린 스핀지 기자들이야

 

우리 오는 거 몰랐어?

 

 

- 이상하네
- 몰랐어?

 

난 재닛 데이야

 

- 이쪽은 피트 샌더스
- 난 피트야

 

잡지에 너희 기사를
싣고 싶어서 왔어

 

응, 인터뷰하기로 했지

 

보통 인터뷰는
매니저를 통해 하는데요

 

- 응, 그렇게 했어
- 그랬지

 

- 아무도 전화 안 해 줬어?
- 말 안 해 줬다니 이상하네

 

일단 들어가자
이러다 제시간에 못 끝내겠다

 

안녕, 라이너스구나

 

누구야?

 

스핀지 기자들
우리 기사를 싣고 싶대

 

반갑다

 

표지에 실릴지도 몰라

 

- 응, 그렇지
- 그러니까...

 

- 좀 끼어들어도 될까?
- 괜찮지?

 

그럼 얘기를 해 보자

 

어떤 기타로 연주하니?

 

화장실 좀 써도 될까?

 

네, 복도 끝에 있어요

 

- 이쪽으로 가면 돼?
- 네

 

고맙다

 

그냥 카탈로그 보고
싼 기타를 골랐어요

 

악기는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렇구나

 

어디서 영향을 받았어?

 

스피드 메탈을 좋아하는데
연주는 잘 못 해요

 

랩도 좀 들어요

 

그렇군

 

괜찮네

 

그럼...

 

KAP란 곡에 대해
말해 줄래?

 

뭘 알고 싶은데요?

 

그 곡을 어떻게 쓰게 됐어?

 

사람이 제대로 살아가려면
부모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 노래 별로예요

 

넌 그 곡을 쓰지 않았어

 

제가 썼어요, 우리가 썼죠

 

네가 안 썼어

 

누가 쓴 건지 말 안 하면
그걸 기사로 쓸 거야

 

응, 이렇게 팔을 내리고
하라고 했어

 

- 어머, 어떡해
- 아파

 

- 괜찮아?
- 응

 

다행이네

 

됐어, 이제 됐어

 

그만해

 

- 이제 그만
- 다 됐어

 

핸들 위에 올려 봐

 

됐어

 

네가 쓴 곡 아니잖아

 

누가 알려 줬어?

 

말해 봐

 

누구야?

 

그만 가 주세요

 

그 노래 어디서 알았어?

 

- 누나...
- 어디서 알았어?

 

그래요, 우리가 쓴 곡은
아닌데요

 

첫 연주곡이라 앨범에 넣었죠
잘 아는 곡이니까요

 

당연히 네가 쓴 게 아니지
그 곡을 내가 썼거든

 

무슨 일이야?

 

잡지 기자들이래요

 

그런데 아닌 것 같아요

 

얘들아, 밖에 가서 놀아

 

- 델라노 선생님?
- 어떻게...

 

나가 있으라고 했잖아

 

우리 부모님 어딨어요?

 

그냥 조용히 살게
우리 좀 놔둬

 

알고 있는 걸 말해 줘요

 

그럴 수 없어

 

왜요?

 

A와 B

 

놀랐다고 하고 싶다만
그렇진 않아

 

너희가 날 찾을 줄은 몰랐네

 

엄마는 어딨죠?

 

엄마는 여기 안 살아

 

그럼 아빠는요?

 

내 말 잘 들어요

 

아주 오랫동안 공들인
일 같은데 어쩌나

 

우리가 아주 형편없이
망쳐 버리고 싶은데

 

아빠 면전에서
박살을 내야 할 텐데

 

묻는 말에 똑바로 말 안 하면
그렇게 될 줄 알아요

 

- 내가 경고했잖니
- 가만있어

 

입 다물어요!

 

이건 뭐죠?

 

우리 가족이야

 

이걸 언제 찍었어요?
이거 봐

 

- 7년 전에
- 보니는 내 아내야

 

- 정말요?
- 말하자면 복잡해

 

그래요?

 

우리 애들이 케일럽을 좋아해
그러니 망치지 마라

 

그만해

 

케일럽은 훌륭한 아빠야
야구장이랑 콘서트도 함께 가고

 

너희한텐 없어도 되잖니
우린 필요해

 

너희가 어떻게 생각하든
케일럽은 우리 셋을 애지중지해

 

그만해요!

 

엄마한테 가요

 

- 그래요, 엄마를 보러 가죠
- 그래요

 

- 어서 만나러 가자고요
- 갑시다

 

- 헝겊 같은 것 좀 줘
- 응, 이제 됐어

 

어떡해

 

이렇게 팔목까지
그을 줄은 몰랐네요

 

- 말도 안 돼
- 피가 있어야 하니까

 

엄마의 가명은 뭐죠?

 

패티 하워드

 

엄마도 가짜 가족이 있나요?

 

없어, 보니가
북부에 있는 집을 상속받았어

 

엄마가 거기서 여름을 났는데

 

동네 사람들을 알고 지내서
자연스럽게 눌러앉게 됐지

 

오랫동안 이렇게
해 온 거군요

 

몇 년간 그랬지

 

철두철미하게 준비했어

 

케일럽과 카미유가 죽고 나면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야 하잖니

 

사회보장번호, 은행 계좌
세금 내역이 필요했어

 

안 그럼 일이 틀어질 테니까

 

결국 그렇게 됐네요

 

애니, 백스터, 어서 와

 

안녕하세요, 패티

 

이렇게 하죠

 

몇 가지 질문에
답해 주면 돼요

 

그리고 나서
어떻게 할지 정하죠

 

이유부터 말해 봐요

 

작업이지 뭐겠어

 

원래는 우리의 대표작으로
만들려고 했지

 

지금껏 해 온 작업을
능가할 거대 이벤트

 

그런데 너희가 우리 일을
인정하지 않는 게 분명해지자

 

너희가 알면 안 되겠다 싶었지
그래서 비밀로 했어

 

그래서 델라노 선생님을
끌어들였나요? 도와 달라고?

 

우린 아무도 끌어들이지 않았어

 

오래전에 보니가 자진해서 왔지

 

우리 일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어

 

케일럽과 보니가
부부 행세를 하며

 

몇 년간 잘 지내왔는데

 

어쩌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됐어

 

너희도 알 만한 나이잖니

 

잠깐만요

 

아빠가 진짜
그 애들의 아버지예요?

 

작품마다 나름의 고충이 있는데
그만한 가치는 있어

 

그 애들 덕에
알리바이가 성립됐지

 

- 우리를 대체한 거군요
- 누가 누굴 대체하진 않아

 

우리 작업에 동참하지 않았잖니

 

왜 이런 걸 참고 살았어요?

 

예술 때문이지

 

우리가 한 일은
다 예술을 위해서야

 

꼭 예술 때문만은 아니지
당신도 알잖아

 

내가 이러는 건
당신을 사랑해서야

 

네가 태어나고 나서
내가 케일럽한테 다짐을 했어

 

케일럽은 떠나고 싶어 했는데
내가 이렇게 맹세했지

 

당신이 행복해질 방법을 안다면
그냥 있으라고

 

그럼 나도 변함없이
당신 곁에 있을 거라고

 

자식들은 어찌 되든 말든요?

 

그렇게 말하지 마

 

딱히 방도가 없을 때도
우리보다 아빠 편에 섰잖아요

 

날 아주 괴물 취급을 하는구나

 

우린 나름 잘 살았어
행복했잖니

 

같이 작업할 때마다
얼마나 신났는지...

 

- 그만 좀 해요
- 잊었어?

 

네트도 없는데 뛰어내리고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르고...

 

그런 모험들이
재미가 없었다고?

 

다른 애들은 어쩐 줄 알아?
그랜드캐니언 보러 가고

 

디즈니월드에 가고...
우린 중요한 일을 했어

 

저는 굳이 말한다면
디즈니월드에 갔을 거예요

 

네, 엄마 아빠랑 같이

 

난 항상 너희를 사랑했단다

 

초기에 느꼈던 양가감정이
사랑으로 변했지

 

우리가 작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영감을 불어넣지 않았대도요?

 

뭐? 네 선택이 못마땅하다고
내가 허락을 안 하든?

 

부모가 하는 일이 그런 거지

 

'벤지풀 버진스'는 어떤데요?

 

그놈의 노래 때문에
다 망칠 뻔했지

 

이 일을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해라

 

아뇨, 우리가 끝장낼 겁니다
이제 다 끝났어요

 

어쩌자는 거야?

 

어쩌자는 거죠
이걸 당장 신문사에 넘길래요

 

- 이리 줘
- 싫어요

 

네 기분 나쁘다고
수년간의 작업을 망칠 셈이야?

 

- 그런 거죠
- 감정적으로 그럴 일이 아냐

 

이렇게 날려 버릴 순 없어

 

팽 일가가 하는 일이 그거죠
일을 망치는 거잖아요

 

알았어, 우리가 널
망쳤다고 생각하지?

 

그래, 우리 부모가 날 망쳤고
엄마 부모가 엄마를 망쳤고

 

너희도 애들 생기면
그들을 망치겠지

 

그게 부모야, 어쩌라고?

 

난 이제 늙었어

 

이게 내 마지막
대작이 될 거다

 

일 년에 한 번씩 찾아와

 

그리고 이 얘기는 하지 마

 

둘이 죽은 것처럼 살라고요?

 

그러죠

 

그렇게 살 수 있어요

 

이리 줘 봐

 

- 우린 그럴 수 있어
- 물론

 

- 다 끝났네
- 좋아

 

가자

 

너희가 우리 작업을
이해를 못 하거나

 

하찮게 여길지 몰라도

 

그 시의성과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거다

 

우리가 한 일들이
너희를 일깨우고

 

세상을 새롭게 보게 했어

 

모두를 위해 그런 일을 해
우린 늘 그렇게 해 왔어

 

그건 좋은 일이지

 

그렇겠죠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되죠?

 

뭐?

 

그들이 가고 나면

 

다시는 볼 수 없죠

 

계속 야구 경기나 보러 가요
애들이 좋아하겠네요

 

갈까?

 

가자

 

네가 죽었다고 생각해 봐

 

몸에 마비가 오는 거야

 

손가락부터

 

그다음엔 손, 손목

 

팔꿈치까지

 

그럼 된 거야

 

다 끝났어

 

자기 죽음을 상상하되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뭐든 견뎌 낼 수
있다는 뜻이지

 

뭐든지

 

그러니 겁먹지 마

 

그 순간을 즐겨

 

네가 흔들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어

 

주변 사람만 혼란스럽지

 

알겠니?

 

애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대장은 투기장 문을 열었다

 

굴 안에 함성이 울려 퍼졌고

 

거기 환호하는 관중이 있었다

 

레이철은 동생 손을 잡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도 거기서 누군가와 싸우며

 

무슨 짓이든
할 거란 걸 알았다

 

"'칠드런스 피트'
백스터 팽"

 

그들을 구경하는 어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남매는

 

'여전히 함께였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언젠가는 행복해질 거라고'

 

'반드시 굴에서 탈출해서
구원받을 거라 믿었다'

 

'이러한 희망을 품고서'

 

'누나와 동생은'

 

'손을 맞잡고'

 

'무대 쪽으로 걸어갔고'

 

'마침내'

 

'빛 속으로 나아갔다'